2025. 2. 12. 08:12ㆍ나의 가족 이야기
세상의 모든 것에는 배울 것이 있다. 행과 불행. 이 모든 것 안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땅에 온 이유이지 않을까? 죽음의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긴 사람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주는 깊은 울림. 나는 신앙인이라서 그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선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나의 형제나 가족도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엄정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전히 그 충격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엄마도 평생을 이 충격에 시달리며 살았을 것 같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그 어디에도 남의 것을 토색 하거나 탐하라고 적혀있지 않다. 만약 그러했다면 돌려주고 갚으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해치라고 하지도 않는다.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40년 지기 친구가 묻는다. 너는 참 복을 짓고 사는데 왜 너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나는 대답했다. "엄마는 평생을 기도하신 분이라서 엄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더 믿기 어려워." 그리고 1년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신앙적으로 깨닫고 정리한 것을 말해주었다.
성경에는 욥이 있어. 욥은 하나님도 인정한 의인이야.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사라져. 재산, 가족, 심지어 건강까지. 그런 욥을 보며 친구들은 하나님께 회개하라고 하고, 그의 부인은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하고 떠나.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지.
예수님도 마찬가지잖아.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병자를 고치시고, 온갖 선행을 베푸셨지만 그분이 돌아가실 때 그분 곁에는 아무도 없었어. 돌아가시고 나서는 막달라 마리아밖에 없었어.
이번 일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물으시는 것 같아. 그래서 막달라 마리아처럼 엄마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어. 그리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 그게 내가 엄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전부라서 마음이 아파.
나는 오늘도 엄마를 보러 간다. 1년 3개월째 나는 매일 두 번 엄마를 보러 간다. 요양병원에서 나는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다. 엄마보다 더 건강하게 오신 분들도 여러분 돌아가셨고, 엄마와 같은 상태에서 오신 분들은 이미 돌아가셨다. 엄마의 상태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계신 분은 없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엄마와 성경을 듣기도 하고, CCM을 들으며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엄마를 회복시켜 주세요. 엄마가 평생 하나님께 기도한 거 하나님도 아시잖아요. 우리 엄마 평생 너무 불쌍하게 살았잖아요. 하나님 긍휼을 베풀어 주세요.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지금까지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기적을 베풀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3월 18일 엄마는 기관절개술을 받는다. 2023년 12월 중순 요양병원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간호사들이 장기로 가면 기관절개술을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주치의 선생님은 엄마가 그곳으로 전원을 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서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시지 못할 것 같다며 안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대학병원에 있을 때 기관절개술은 중환자실과 수술실에서 진행이 되는데 어디에서 수술이 되는지 아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나는 1월에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고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멈추었다고 말한 증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세브란스 신경외과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그때는 중환자실에서 한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엄마 같이 출혈량이 많은 사람의 두개골은 제자리를 잡기 어려운데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며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하시며 CT사진을 보여주셨다.
2024년 5월 7일 엄마의 의식이 돌아온 것 같아서 요양병원 선생님께 소견서를 써 달라고 했다. 선생님은 의식과 관련된 부분에 "eye-opening은 있으나 obey는 못함"이라고 적어주셨다. 나는 엄마의 의식이 돌아오고 있어서 기관절개술을 해야 할지 의식이 더 돌아오면 호흡기를 떼야할지 몰라서 5월 17일 세브란스 신경외과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그 선생님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전원서류를 보니 "mental stupor"라고 적혀 있었고, 지금 eye-opening은 있으나 obey는 못함이라고 했으면 의식의 단계가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wake-up 상태인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wake-up은 어떤 상태인지 물었다. 선생님은 눈을 뜨고 눈을 맞추고 눈동자를 움직이는 일련의 동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2024년 5월에도 그런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서 요양병원 선생님께 wake-up 상태라고 생각하시는지 물었더니, 어차피 대학병원 기계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의사로서 판단을 유보했고 더 이상 의학적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의지적 표명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2024년 10월 엄마의 상태를 비디오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wake-up 상태를 찍었다. 요양병원 주치의는 2025년 요양급여 신청서에 여전히 eye-opening은 있으나 obey는 못함이라고 적었다.
2025년 1월 엄마의 상태를 찍은 비디오를 세브란스 병원 신경외과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나에게 왜 1년이 넘게 아무것도 안 했냐고 물으며 이비인후과에 기관절개술을 의뢰해 주셨다. 나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당혹스럽다. 나는 일반인이고 내가 상식에 기반한 판단이 아무리 의학적으로 적절하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번번이 의사들의 권위에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3월 18일에 수술날짜가 잡혔고, 3월 13일에 또다시 심장혈관내과와 외과 선생님들이 엄마를 보자고 한다. 우리 엄마는 정상인이 아니다. 1년 3개월째 침대에 누워있는 와상환자에게 세브란스까지의 한 번의 왕복은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다. 지난번 세브란스에 갔을 때 입원이 되고 확인하고 수술을 하는 줄 알았는데 엄마는 세 가지 검사 후 다시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2023년 스텐트 시술을 할 때도 내가 엄마의 시술을 반대했던 것은 체력적 한계였다. "우리 엄마는 그 시술을 견딜 체력이 없어요! 지금 꼭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퇴원하고 체력을 회복하고 와서 할게요."라고 했다. 세브란스 심장 혈관 내과 M 모 여자 의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더 좋아질 수는 없는 데. 엄마 같은 사람이 하는 건데. 심장을 못 열어 봐서 아쉽네." 또다시 그런 상황을 재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브란스 심장혈관센터 선생님들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 같다. 수술 전 일주일 전 입원도 아니고 또다시 되돌아와야 한다면 그 스트레스를 환자가 고스란히 견뎌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닐 텐데. 체력을 고갈시켜 또다시 끔찍한 일을 반복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의미인 것인지...
우연히도 엄마가 전원을 하고 세 명의 스텐트 시술 환자 보호자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모두 건강하다고 한다. 그분들이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엄마는 왜 그렇게 되셨어요?" "스텐트 시술을 하시고 나서 뇌출혈이 됐어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놀라며 "스텐트 시술이 그렇게 위험한 거예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작은 병원에서 했다고 생각했는지 두 번째 질문을 한다. "어디서 하셨는데요?" "신촌 세브란스에서 했어요."라고 말하면 "아니 그 큰 병원에서 왜 그랬대요?"라고 묻는다. 세상에는 엄마보다 더 심한 심장질환을 앓은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의 보호자는 나에게 물었다. "노인의 심장이 50% 기능을 하면 그렇게 나쁜 게 아닌 데 왜 스텐트를 하셨데요?" 이런 질문들 또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환자보호자들도 아는 것을 그 의사는 몰랐을까?
스텐트, 와파린과 같은 단어는 나에게 외계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병원도 잘 가지 않는 사람이라서 관심이 전혀 없었다. 1년 3개월 동안 쌓인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엄마 같은 사람한테 그 시술을 하면 안 되었다. 전문의라면 더욱더 그렇게 의학적 판단을 하면 안 되었다. 그 이유는 10월 5일 저혈당 쇼크로 입원을 했고, 1주일 간 수액으로 연명을 했다. 그리고 1주일 간 죽 식을 했지만, 한 끼에 세 숟가락을 넘기지 못하셨다. 시술 전 날 처음으로 밥을 드셨지만 식사량은 아주 적었다. 그 다음다음 날 (10월 20일 금요일)이 퇴원일이어서였는지 면회를 하고 있던 나에게 와서 간호사가 와서 물었다. "퇴원하실 때 필요하신 서류가 있나요?" "그런 것들은 언니들이 처리하니 언니들하고 말씀하시면 돼요." 그때 액체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보였고 나는 저것을 계속 맞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간호사는 엄마에게 혈전이 있어서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항응고제였고 시술 전 날까지 와파린 계열의 약물이 주입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 집도의 선생님이 나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오늘 아침에 수술방에 넣은 자식들은 어디에 있나요?" "가족 간에 불화가 있다고 하단에 어떤 편이셨나요?" "왜 와파린을 3종류를 쓰셨데요?" 와파린을 3종류로 섞어 쓰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시술 전까지 와파린을 주입하고, 3종류로 섞어 쓴 것이다. 사실 이것도 이번에 세브란스에서 기관절개술을 한다고 하니 요양병원에서 항응고제 사용에 대해 알려주어서 생각난 것이다.
만약 1년 3개월 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나는 어떤 수를 써서든 그날 우리 엄마를 세브란스에서 퇴원시켰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 엄마는 두 발로 걸어 다니고 나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의식이 있고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최소의식상태까지 회복되는 것이 쉬울까? 이것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10월 19일 심장혈관센터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내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나는 울면서 앞쪽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았다. 광고 영상이 지나가고 나에게 "환난 날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는 말씀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날 저녁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고 CT확인 결과 뇌출혈 판정이 되었다. 그리고 신경외과 중환자실로 옮겨 배액관 수술을 했다. 그러고 2주인가 3주 차에 엄마를 면회 간 날 엄마는 "눈시울이 붉어진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 상황을 말하며 엄마에게 의식이 있다고 했고, 선생님들은 의식이 없다고 했다.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 나는 그날부터 3일 간 금식을 하며 기도를 했다. 신경외과 선생님께 관찰을 부탁했다. 그다음 날 다른 식구들에게 전원을 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내 눈에는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연명치료거부서에 사인을 하는 것은 엄마를 사지로 몰아넣는 것 같아 미루었다. 그런 나를 불렀다.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멈추었다"라고 하셨다. 마치 하나님의 응답을 듣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믿음의 여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사한 분은 세브란스 신경외과 선생님이다. 그분은 중요한 시점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주셨다. 그분의 판단이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생기는 서운함이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의 선생님의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브란스는 참 이상하다. 퇴원을 시켜달라고 하니 시술을 해서 뇌출혈로 식물인간을 만들었고, 의식이 돌아오는지 확인을 해달라고 하니 전원을 하라고 하고, 장기인 것 같아 기관절개술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호흡기를 떼야하는가를 물었더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고, 엄마의 의식이 돌아온 것 같다고 하자 기관절개술을 하라고 하고, 기관절개술을 하겠다고 하니 심장혈관내과외과 선생님들이 보자고 한다. 이게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고 복잡해야 할 일일까? 무언가 너무 이상하다. 나한테만 이상한 걸까? 사실 심장혈관센터 사람들은 볼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하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기도를 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요?
그들을 만나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주님 저에게 할 말을 알려주세요.
이런 상황이기에 이번에 세브란스에서 기관절개술을 받는 것은 엄마와 나에게 힘든 믿음의 여정이 될 것이다. 법궤를 메고 물이 차오르는 요단강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번에도 나의 작은 믿음에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우리 엄마가 회복되기를 기도로 동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