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5. 23:48ㆍ카테고리 없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부스스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어서 받았다.
모르는 번호... 병원이었다.
엄마의 혈압이 50으로 떨어졌다고...
승압제를 써도 되는지 묻는다.
세브란스에서 승압제를 써서 엄마의 오른손이 괴사 되었고,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나는 승압제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주치의 선생님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마치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눈빛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승압제 사용을 제한하지 않으니까...
지난 1년 동안 승압제를 쓰지 않아서 엄마의 손의 괴사가 멈추었다.
오른손 검지 한 마디를 잃고 발가락을 잃었다.
그럼에도 네 번째 손가락의 손톱이 자라나고 있다.
그 손톱을 보았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마치 전장에서 꽃이 핀 느낌이었다.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면서 엄마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것이 인간 역사가 아니던가...
지금은 임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혹시 또다시 혈압이 떨어져 전화를 하면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나갈 수 있게 준비를 마쳤다.
4:14 a.m. 현재까지 병원에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별일 없다는 의미이니 조금은 안심이다.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
왜 세브란스 선생님한테 엄마의 괴사가 멈췄다고 말하고 나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갑자기 퇴원이 잡혀있던 엄마가 스텐트 시술을 했던 것이 오버랩된다.
왜일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거겠지?
생각해 보면...
세브란스 심장혈관센터에서 엄마의 스텐트 시술을 "지금은 체력적으로 견딜 수 없어요. 체력이 회복되면 나중에 와서 할 게요"라고 했던 시점부터였던 것 같다. 심장혈관센터의 여의사는 "엄마 같은 사람이 하는 건데, 심장을 못 열어 봐서 아쉽네"라는 말을 했다. 1년 3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상식에 기반한 내 판단이 의사의 의학적 판단보다 맞았음을 확인하고 있다.
나의 가족들은 나에게 네가 뭘 아냐고, 자기들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믿는다고 했다.
당시 그 의사는 엄마의 상태가 더 좋아질 수 없다고 했고, 시술을 감행했고, 엄마는 뇌출혈이 왔다.
뇌출혈이 된 엄마는 식물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눈"을 본 후 나는 엄마에게 의식이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들은 의식이 없다고 했다.
내가 보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더 좋아지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
식물상태에서 혼미상태로 그리고 지금은 최소의식상태라는 것을 확인받았다.
과연 대한민국의 의료진을 믿을 수 있는지...
내가 일반인이라서 보는 것도 자기들만 맞다고 하는 것인지...
정치도 후지고, 의료도 후지고...
세브란스 선생님은 급성기병원이라고 요양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 엄마는 지금 급성기환자이다. 연락을 주시기로 했지만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후진적 시스템.
또다시 기다림.
서울대병원과 명지대병원에서 오신 분들은 외진을 자유롭게 다녀오시는데 세브란스에서 온 우리 엄마는 왜 이렇게 외진 받기가 어려운 걸까?
또다시 인간의 조급함이 고개를 빼곡 쳐든다.
그러다가 하나님의 때는 완전함을 믿고 신뢰하며 기도한다.
무지한 대중은 전문가의 말을 믿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담긴 "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라는 말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는 의학의 신 그리고 건강과 모든 치유, 그리고 여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의 능력과 판단으로 다음을 맹세하노라
나는 이 선서와 계약을 지킬 것이니, 나에게 이 의술을 가르쳐준 자를 나의 부모님으로 생각하겠으며, 나의 모든 것을 그와 나누겠으며, 필요하다면 그의 일을 덜어주겠노라. 동등한 지위에 있을 그의 자손을 나의 형제처럼 여기겠으며 그들이 원한다면 조건이나 보수 없이 그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겠노라. 교훈이나 강의 다른 모든 교육방법을 써서라도.
나는 이 지식을 나 자신의 아들들에게, 그리고 나의 은사들에게, 그리고 의학의 법에 따라 규약과 맹세로 맺어진 제자들에게 전하겠노라. 그러나 그 외의 누구에게도 이 지식을 전하지는 않겠노라.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나는 요청을 받는다 하더라도 극약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며 복중 태아를 가진 임신부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결석이라도 자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기술을 행하는 자(외과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내가 어떠한 집에 들어가더라도 나는 병자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갈 것이며 어떠한 해악이나 부패스러운 행위를 멀리할 것이며, 남성 혹은 여성, 시민 혹은 노예의 유혹을 멀리할 것이다. 나의 전문적인 업무와 관련된 것이든 혹은 관련이 없는 것이든 나는 일생동안 결코 밖에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보거나 들을 것이다.
나는 그와 같은 모든 것을 비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결코 누설하지 않겠노라. 내가 이 맹세를 깨트리지 않고 지낸다면, 그 어떤 때라도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으며, 즐겁게 의술을 펼칠 것이요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
숏컷
드디어 잘랐다.
삼손은 머리를 자르지 않아야 힘이 났다는데,
나는 머리를 자르면 힘이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