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2024. 10. 10. 08:26카테고리 없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20대 중반... 디스플레이 학회를 쫓아다니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프레스 자격으로 삼성종기원, LG 종기원... 등등의 기관의 연구자분들이 발표하는 것들을 듣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그 시절... 
 
이 이야기를 듣자, 그 분이 물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는 그때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지금은 지금의 매력이 있다. 
나는 언제나 현재를 사랑하고,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시절에 대해 감사한다. 
하버드 박사님과 함께 일을 하며, 
그녀에게서 배운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녀가 무언가를 실체적으로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본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솔직했다. 
내가 쓴 보고서... 
대표님께 보내기 전 peer check를 받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삭제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라고 생각하며, 
'잘못했으면 지적받지 뭐!'라는 생각으로 그냥 보냈다. 
대표님은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본인도 생각지 못한 것인데... 알려 줘서 고맙다며 오히려 칭찬했다.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처럼 썼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말단인 나에게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는 것이
내가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그때 나는 미래를 경험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MEMS, BIO, FPD와 같은 것들을 일반인들은 거의 알지 못하던 시절... 
내가 그토록 외계어를 이해하듯 힘들게 얻은 지식들이
그후 10년이 지나며 20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세상에 구현되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러한 것들의 이해를 그다지 어렵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경험이 내가 더욱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무언가를 잘 못할 때,
나는 나를 성장시켜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것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러한 지점들이 내가 나의 우연, 하나님의 필연을 믿는 지점들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놀랍게 꼭맞는 톱니바퀴가 돌아간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것들과 내 판단이 맞았음을...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