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2. 07:01카테고리 없음

어제 내가 매일 쓰는 컵이 깨졌다. 

산산조각 난 것은 아니지만 세 조각이 나서 더 이상 쓸 수 없다.

가볍고, 디자인이 예뻐서 좋았는데... 

동그란 얼음을 두 개 넣으면 마치 새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깨진 컵은 더 이상 쓸 수 없으니까

신문지에 싸서 쓰레기 통에 넣었다.

아무도 다치면 안 되니까... 

 

아침에 일어나 작업을 하다가... 

사과 파이를 따뜻하게 돌려 먹으려고 부엌에 들어갔는데  

어제 컵이 깨진 것이 생각났다. 

두껍고 잘 안 깨지는 컵을 꺼냈다. 

 

올 한 해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그러 모았다. 

그리고 그것은 부엌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조리 도구와 그릇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많이 벌었던 돈으로 나에게 썼던 것보다

올 한 해 그것보다 훨씬 적게 벌었지만, 오롯이 나를 위해 썼다.

내가 나를 위해 쓴 돈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요리를 만들어 예쁜 그릇이나 접시에 담아 먹는 것... 

그것이 내가 요즘 느끼는 행복이다. 

 

 

 

튼튼하고... 안 깨지는 가볍고 예쁜 유리컵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