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5. 09:51ㆍ카테고리 없음
한 십 년 전 주식투자를 처음 했다.
대략 삼백 정도의 금액. 두 종목이 상폐되었다. 그리고 투자했던 돈이 거의 사라지고 7만 원 정도가 남았다. 나는 그 돈을 그냥 내가 좋아하는 주식에 넣었고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네 배가 오른 것을 보았다. 학원을 정리하고 코로나 때였던 것 같다. 그것을 팔아 다른 주식을 샀다.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며칠 전 누군가 "주식 투자 안 하세요?"라는 말에 나에게도 주식이 있다는 생각이 났다. 증권회사로 가서 모바일 계좌를 찾아 확인해 보니 세 배 이상이 올라 있었다. 즉 십 년 만에 열두 배의 수익이었다.
내가 4억 5천이 30억의 가치가 된다고 하면 사람들은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동일한 금액으로 동일한 의사결정을 했다고 생각하면 대략 54억이 된다. 이것에서 나의 생활비와 경비를 절반이라고 가정하고, 총금액의 절반으로 계산하면 적어도 27억 정도의 재산이 나에게는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주식투자를 한 것은 작은 언니네서 나와서니까 내가 돈을 많이 벌었던 그 시절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면 그것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샀다. 몇 백으로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거의 모두 샀고, 무언가를 사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주로 사는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실물이라서 풀 소유를 이뤄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즉, 그들이 말한 나는 외식비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고 먹어대는 그들의 배를 불렸다는 것이다. 형부는 회사에서 커피를 가져와 마신다며 자랑하던 역겹던 모습이 생각난다. 자기들 돈은 십 원 한 장도 아끼면서 남의 돈은 아까운 줄 모를 뿐만 아니라 고마워하지도 않는 그들의 작태가 괘씸하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대학 때 재무관리 교수님의 기대처럼 나의 재능은 재무관리에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의 재능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확대된다. 학창 시절에 교내에서 상을 타거나 선생님이 집으로 재능이 있다고 연락을 했던 기억이 난다. 미술, 음악 선생님이 그랬고, 고등학교 때는 고양시 대표로 수학경시대회에 나갔었고, 교내에서는 화학과 생물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탔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라이팅 선생님은 나에게 UN에 가서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드라마를 공부했던 한 선생님은 당신 안에는 용과 봉황이 있는데 왜 참새만 꺼내냐고 했다. 함께 일했던 하버드 대학 출신 대표님은 내가 썼던 보고서를 보고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알게 해 주어 고맙다고 했다. 이것들을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나는 예술과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 같고, 언어와 과학은 생존 직업으로 인해 친숙해진 분야이다. 과연 나는 어떤 것을 잘할 수 있을까? 조금 더 깊이 탐색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암튼, 이번 연도가 나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무엇보다 나의 판단을 믿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인들의 말은 단지 의견일 뿐 그들의 말에 나의 생각보다 더 큰 무게를 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에서 만났던 몇 번의 중간중간의 오류들은 나의 판단보다 다른 누군가의 권위를 너무나도 과도하게 믿은 결과였다.
2024년 크리스마스 선물은 생각이 이렇게까지 정리된 것이 아닐까 싶다.
Thank God for giving me this ins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