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2024. 3. 17. 09:08카테고리 없음

사진: Unsplash 의 Riccardo Annandale

 

자신의 가족처럼 돌봐주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은 로또 맞은 것과 같아요. 

 
엄마가 있는 요양병원의 면회시간을 기다리다가 나처럼 매일 같이 오시는 분을 알게 되어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엄마가 만났으면 좋았을 분을 말해주며 그분이 한 말이다.

나는 저 말의 좋은 의사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의사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기에 좋은 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그 기본을 잊지 않는 좋은 사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많은 의사가 아닌 좋은 의사이지 않을까? 물론 좋은 의사가 많아지면 더 좋겠지만...

매일 같이 변화하는 엄마들의 상태에 우리는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어제는 그녀가 자신의 엄마에게 배뇨 문제가 있다고 많이 걱정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며칠 전 엄마의 상태를 걱정하며 눈물을 흘렸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울컥했다. 그녀의 엄마도 우리 엄마처럼 좋아지기를 기도한다.

시간이 되어 나는 엄마를 보러 병실에 들어갔다. 어제는 엄마의 길어진 손톱을 직접 깎아주었다. 그리고 거칠어진 손에 로션을 발라주었다. 어제는 오전 내내 눈을 뜨고 있었고 오후에는 날 기다렸는지 나를 보고 잠이 들었다. 요즘 엄마의 상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매일 그렇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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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언제인가 김밥집 사장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그후로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가서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하는데....  
김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나는 용기를 내서 새로 나온 음료수를 사가지고 그분을 찾아갔다. 
나는 사장님이 그 말을 먼저 해주기를 바랐는데... 하지 않으셨다. 
솔직하게 물으셨으면 솔직하게 말씀드릴 생각이었으나, 그런 마음이 없으신 것 같아서 우리 엄마의 근황만을 이야기하고 왔다.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분도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그분은 성장하실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퇴보하실 것이다.  
그분도 그분 나름의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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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걸었던 산책로를 걸어 집으로 왔다. 
그때 꽃망울이 맺혀있던 나무들에서 꽃이 피었다. 
흰색, 붉은색, 노란색... 꽃이 아름다웠다. 
이런 속도라면 다음 주에는 꽃들이 만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운 날이 끝날 것 같지 않았는데... 
이제 곧 꽃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