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0. 11:09ㆍ일상
마음이 복잡할 때 나는 도서관에 간다.
조용한 환경에서 책을 읽으려고,
독감 때문에. 엄마의 면회를 못 가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이나 읽으려고 도서관에 갔다.
내가 열 손가락에 꼽힐 만큼 일찍 갔다.
한 사람, 두 사람... 계속 들어왔다.
내 옆 테이블...
슬리퍼를 찍찍 끌고 자기 집인 양...
책가방을 쿵 놓더니
또다시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갔다 또다시 찍찍 끌고 들어온다.
무슨 시험을 준비하는 듯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그러더니 계산기 소리가 탁탁탁. 그리고 책장이 휘릭 넘어간다.
이 세상 혼자 살 듯.
나도 같이 시끄럽게 책장을 한 장 넘겼다.
처음에는 조용하더니 또다시 시끄럽다.
참다참다... 내 날숨이 '하아'하는 탄식이 났다.
갑자기 나의 기억 속에서 잊혔던 누군가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 고양시 대표로 수학경시대회에 나갔다. 아침 일찍, 수학 선생님의 차를 타고 수원의 과학고등학교로 향했다. 선생님은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보고 나오라고 응원해주셨다. 낯선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 2층의 어느 교실에 들어갔다. 과학실의 모둠 책상... 낯선 환경과 어려운 시험에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시험지를 들고 선생님이 들어왔고, 우리에게 한 장씩 시험지를 나누어 주었다. 내 옆에 한 남자 아이가 앉아 있었다. 1번의 문제를 읽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돼서 다시 읽었다. 그 순간 "아하!"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뭐지?" 생각했다. "아 쟤는 무슨 문제인지 아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첫 번째가 될 줄이야... 시험 내내 자기가 아는 것이 나오면 그 아이의 리액션은 똑같았다.
'Oh my God!'
그러다가 왜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책을 읽어야 할까?
우리 엄마는 항상 말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라고!"
그 순간 고민이 되었다. '책을 한 권 밖에 못 읽었는데....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저 사람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잠시 생각했다.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는 책장으로 갔다. 책의 제목을 죽 훑으며 이미 있었던 책들을 세 권 뺐다. 대출기로 갔다. 책을 올려 놓았더니 도서관 카드로 인증하라는 아내가 나온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도서관 카드를 꺼냈다. 카드를 인식시키니 내가 올려 놓은 책들의 제목이 자동으로 인식되었다. 나는 그 책들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옆으로 '쓱' 지나갔다.
발소리도 없이... 그 사람이었다.
'저 사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애들이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데도 도서관에서는 떠들지 않는다...
애들도 도서관에서 조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데....